[이사람] 20년 단짝 ‘시인과 가수’ 훈훈한 하모니
[한겨레] 안관옥 기자

등록 : 20120113 19:26


‘포엠콘서트’ 첫 서울 공연하는 박남준·한보리씨
부안 바닷가에서 만나 의기투합
촛불길·밴드지도 등 감동 일화도
지역문화 살찌우며 10년째 공연

 

≫ 포크가수 한보리(53·왼쪽 사진)씨와 시인 박남준(54·오른쪽)씨

 

 

남도에서 문화운동을 펼쳐온 포크가수 한보리(53·왼쪽 사진)씨와 시인 박남준(54·오른쪽)씨가 서울에서 첫 포엠콘서트를 펼친다.

두 사람은 14일 오후 4·7시 서울 신촌역 부근 소통홀에서 문화를생각하는사람들에서 기획한 ‘아름다운 관계’ 합동무대를 꾸민다.

한씨는 ‘떠도는 무렵’ ‘진달래’ ‘겨울비’ 같은 서정적인 노래들을 들려주고, 박씨는 시 ‘아름다운 관계’를 낭송한 뒤 자작곡 두 곡을 선보인다.

두 사람은 1990년대 초반 전북 부안의 바닷가에서 처음으로 만났다. 생계를 위해 택시운전을 하던 한씨는 “하루 사납금을 줄테니 노래를 불러달라”는 지인의 부탁으로 한국작가회의의 여름모임에 합류했다. 이 자리에서 박 시인은 한씨가 부른 ‘시계’라는 노래에 감동을 받고 녹음테이프를 따로 청해 자주 들었다. 이를 인연으로 두 사람은 서로를 지음(知音)으로 여기게 됐다.

나이가 한 살 위인 박씨가 형님, 한씨가 아우로 지낸다. 나이를 빼고는 미적 감각, 반응 속도, 성격과 식성 등이 두루 신기하게 들어맞았다고 했다. 무엇보다 지역에서 문화의 뿌리를 가꾸려는 ‘문화운동가’이고, 시대의 흐름에 묻어가지 않고 외길을 걸어가는 ‘고집쟁이’라는 점이 상통했다. 자연스럽게 친해진 둘은 2003년 광주에서 함께 포엠콘서트를 시작했고, 이듬해 노래 4편과 시 10편을 엮은 시낭송 음반 <아름다운 관계>를 냈다. 포엠콘서트는 이후 10년 동안 지속되면서 광주지역의 문화를 살찌우고, 둘의 우정을 돈독하게 다지는 연결고리가 됐다.

20년쯤 우정을 이어오면서 겪은 일화도 울림을 준다. 박씨는 2000년 겨울 눈 쌓인 전주 모악산으로 찾아온 한씨가 눈길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마을에서 산방까지 200여m에 촛불 수백개를 밝혀 맞았다. 한씨는 2003년 지리산으로 옮겨간 박씨가 동네밴드를 만들자 자신의 일을 팽개치다시피한 채로 단원들한테 작곡을 가르쳐줬다.

한씨는 박씨를 “힘들면 언제라도 찾아가서 바라만 보아도 충전이 되는 신비한 존재”라고 추켜세웠고, 박씨는 한씨를 “어떤 상황이든 ‘뭐 하고 싶구나’ 하고 금세 알아차리는 단짝”이라고 소개했다.

공연을 하루 앞둔 13일 두 사람은 “50대 중반에 접어드니까 우리 삶을 나누고, 세상을 껴안고 싶다”며 “우리의 시와 노래, 대화가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고, 사람과 사람을 더 풍요롭게 이어주기를 기대한다”고 바랐다.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사진 문화를생각하는사람들 제공


[기사 한겨레신문] 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51467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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