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가요 부르던 여전사, 인생의 소풍을 나서다
[인터뷰] 10일 첫 콘서트 개최하는 '소풍가는 날'

  

  김대홍(bugulbugul) 기자
 

▲ 여성싱어송라이팅그룹 '소풍가는날'이 10일 첫 콘서트를 개최한다.

ⓒ 소풍가는날

세 아줌마들이 여행을 나섰다. 한 사람은 88년 전대협 통일노래한마당에서 '진혼곡'을 불러 대상을 받은 김영남(37), 또다른 사람들은 전무후무한 교회운동권 CCM 그룹 '새하늘새땅'의 멤버였던 방기순(36), 신현정(34)씨다.

수많은 집회현장을 누볐을 그들은 어느날 뜻을 모아 '소풍가는 날'을 만들었다. '민주'와 '민중'을 노래했을 그들은 어린 시절의 왁자지껄함과 설렘이 담긴 팀명을 선택했다. 그리고 오는 10일 앨범발매기념 콘서트 겸 첫 단독 공연을 개최한다.

첫 공연을 앞두고 그들은 지하 스튜디오에서 열심히 목소리를 만들고 있었다. 3일 그곳을 방문해 그들을 만났다. 대학 노래패와 교회 노래패는 활동 공간이 달랐을텐데 어떻게 만나게 됐을까. 그것이 가장 궁금했다.

▲ '소풍가는날'의 멤버들. 앞에서부터 신현정, 김영남, 방기순씨.

ⓒ 소풍가는날

"그 전부터 서로 잘 알고 있었어요. 제가 있던 곳이 문익환 목사님이 이끌던 곳이라 현장에서 노래 부를 일이 많았거든요. 90년대 중후반 대중집회 현장에서 많이 만났죠. 제각기 활동하다가 어느 날 영남 언니가 노래모임 '아줌마'에서 나온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함께 하자고 했죠. 기순 언니도 새로운 노래를 찾던 중이었구요."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라 세 사람은 흔쾌히 팀을 만드는데 동의했다. 그 과정에서 신현정씨는 조건을 하나 내밀었다. 노래를 부르게 해달라는 것. "그 때 주위에서 모두 미쳤다고 했다"며 신현정씨는 웃었다. 참고로 신현정씨가 소속된 퓨전국악그룹 '그림(The 林)'은 연주그룹이라 노래 부를 일이 없다.

'소풍가는 날'에서 신현정씨는 작곡을 맡았다. 1집에 실린 8곡 중 다섯 곡이 그의 작품이다. 게다가 직접 가사를 썼다. 해금연주자 강은일씨를 비롯해 '직녀에게'의 김원중 그 외 김가영, 윤정희 등 수많은 음악인들에게 곡을 만들어줄 정도로 신현정씨는 꽤 잘나가는 작곡가다. 노래를 맡은 김영남씨도 신현정씨와 함께 한 곡을 만들었다. 이른바 그들은 '싱어송라이팅 그룹'이다.

신현정씨는 "자신이 자기 얘기 하는 것과 남 얘기 하는 것은 다르더라"면서 "음악에 멤버들의 색깔을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표현했다.

그들이 내건 음악 색깔은 팀 이름에서 잘 드러난다. 그런데 그 '소풍'이란 게 요란스러운 초등학생들의 행사가 아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라고 읊었던 천상병의 '귀천'이 그들이 말하는 소풍에 가깝다. 그래서 그들의 음악은 나른하고 아늑하다.

▲ 공연이 열리는 날은 세계인권선언기념일. 노래 중간 슬라이드를 통해 이라크 전쟁을 보여줄 계획이다.

ⓒ 소풍가는날

게다가 더 큰 특징은 이번 음반에서 소리 높여 사회를 비판지 않는다는 점이다. 투쟁의 목소리 대신 조용한 목소리로 사회문제를 건드리는 다른 운동권 출신 가수들과도 다른 부분이다. 그래서 그들의 음악을 들은 과거 동료들은 "뭐야? 이게"하는 반응을 보였단다. '폐쇄적'이라거나 일본 대중음악과 비슷하다는 말까지 들었다.

김영남씨는 "민중가요가 양약이라면 자신들은 한약인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표현했다. 환부를 직접 도려내고 상처를 치료하는 방법이 있는 반면, 몸이 자연스럽게 낫게 만드는 방법도 있지 않느냐는 설명이다.

그런 음악을 만든 데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특정 방향을 정하기보다 '우리가 어떤 음악을 하고 싶은지' 솔직하게 털어놓는 가운데 나온 결과물이다. 김씨는 "이번엔 한약을 노래하지만 다음엔 양약을 들고 나올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번 음반을 의도하지 않았던 것처럼, 다음 번에 또 어떤 것을 부르게 될지 모른다는 뜻이다.


 

▲ 그들이 내건 음악 색깔은 팀이름에서 잘 드러난다. 그런데 그 '소풍'이란 게 요란스런 초등학생들의 행사가 아니다.

ⓒ 김대홍

이번 음반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쟁쟁한 사람들의 도움을 얻었다는 점이다. 한국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뛰어난 음악감독으로 불리는 조동익의 '이런 생각'을 수록한 것을 비롯해 장석남, 이봉환 시인에게 각각 '그리운 시냇가' '환청'이란 시를 받았다. 또 '바위처럼'을 만든 작곡가 유인혁에게 '잠'을 받았고, 신세대 퓨전국악그룹인 '그림(The 林)'은 그들에게 스튜디오를 내줬다.

▲ 세 아줌마는 새로운 인생의 소풍을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번 소풍은 어떻게 될지 자신들도 모른다고 고백한다.

ⓒ 김대홍

당일 콘서트를 어떤 식으로 진행할 것인지 물었다. 김영남씨는 아줌마의 위치에서 또 다른 아줌마에게 들려주듯이 노래를 부르겠다고 말했다. 그 가운데 던질 화두가 바로 '전쟁과 평화'다. 노래 중간 이라크전과 부시 사진을 슬라이드로 상영하면서 전쟁을 느끼게끔 할 생각이다. 마침 콘서트가 열리는 날이 세계인권선언기념일이라는 점도 그런 기획에 영향을 미쳤다.

그림(The 林)의 가야금 주자인 정혜심씨와 포크가수 박창근씨가 이날 손님. 신현정씨는 "또다른 특별 손님이 있다"면서 "당일 참석하면 알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인생에 왁자지껄한 기쁨이나 참을 수 없는 슬픔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가운데는 싱겁고 밋밋하며 답답한 수 만 가지 감정이 존재한다. '소풍가는 날'이 단지 기쁨이나 슬픔으로 표현할 수 없는 음악을 내놓은 것은 삶이 그런 거라는 걸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몇 주 전 한 공연에서 듣게 된 '열기가 아니라 온기로 채워지는 공연이었으면 좋겠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저희들 공연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첫 공연이라서 부담스럽지만 저희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리려구요."


12월 10일 오후 4시, 7시30분 / 나들목 정림마당 / 017-224-9818

[출처] 오마이뉴스
http://www.ohmynews.com
[기사원문]
http://www.ohmynews.com/articleview/article_view.asp?at_code=296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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